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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직을 결심한 이유

2018년 3월부터 2020년 현재글을 쓰고 있는 현재 이 시간까지 약 3년간 나는 (주)이노부스트에서 일을 했다. 내가 프로그래머로서 첫 발을 내딛게 도와준 회사고 추억도 많고 경험도 많이 쌓았다.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났고 도움도 많이 받았다. 디자이너에게 일을 받으면 어떻게 프로세스가 돌아가는지 협업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하는지 우선순위 처리는 어떻게 해야 되는지 등등 배운것도 많다.

가장 중요한 건 웹개발의 개념이 뭐고 이 일을 앞으로 평생해 나가기 위한 기본적인 방향을 잡았다는 것이다.
‘나는 이 일에 재능이 있을까?’,‘이 일을 평생해도 될까?’ 라는 근본적인 물음에서부터
‘이 일에 전문가가 되려면 어떤 방식으로 접근해야 하는가’와 같은 방향성을 잡았다는 것에 대해 더 큰 의의를 둔다.

이직을 결심한 이유

이직에 대한 준비는 어느 정도 마음에 두고 있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이직을 적극적으로 알아보기 시작한 것은 11월 초부터였다. 그 이유로는

  • 팀 재배치로 인해 흥미를 잃다
  • 자사서비스가 아닌 외주작업만 하는 일에 대한 한계
  • 회사의 구조적 문제점과 한계점이 눈에 보이기 시작하다

1. 팀 재배치가 되며 배울 일이 없어지다


IT팀 규모가 점점 커지면서 재배치가 이루어졌다. 지금까지 프론트 80% & 백엔드 개발자 20% 정도로 일을 하고 있었다면 이제 퍼블리셔 정도의 일만 해야 한다.

퍼블리싱 관련 공부도 부족하긴 했지만 가장 큰 문제는 아예 데이터를 다루는 일은 앞으로 없을거라는 점이었다.

Veeva를 계속 해야한다는 말이었는데 사실상 나는 이제 더이상 Veeva에 대해 관심이 없다. 농담 90%가 섞인 말로 대한민국에서 순위권으로 잘한다는 생각이 있었다. 더 이상 새로울 것도 없고 재미도 없다.

즉 더 이상 이 일에서 그다지 배울게 없었다.

즉 이 일만 하다가는 React, Vue 같은 최신 라이브러리를 다룰 일이 없을 뿐더러 앞으로 커리어를 쌓아나감에 있어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겠다고 결론을 내렸다.

2. 자사서비스가 아닌 외주작업만 하는 일에 대한 한계점


Innoboost 에이전시다. 에이전시는 보통 클라이언트의 의뢰를 받아 서비스를 작업하여 납품하거나 대행하여 서비스를 운영한다.
매출은 정말 잘나온다. 제약회사를 전문 담당하는 에이전시가 몇없고, 회사 자체의 축적된 노하우와 인맥이 많다 보니 일감을 따오는 일은 정말 많다.

하지만 3년 정도 일을 하면서 에이전시 자체 업무에 대해 몇 가지 한계점이 좀 힘들었다.

  • 일정! 기한이 최우선.. 코드 품질은..?
    양심고백하면 나는 기한에 허덕이며 만드는게 전부였다. 납품 기한에 맞추고 테스트 기간은 1주일이다. 기획 팀장은 넉넉하게 줬다고 말을 하고 능력부족이라고 말을 하며 굉장히 나를 압박했다. 나는 집에서도 일을 해야 했고, 휴일에도 스타벅스에서 일을 하곤 했다. 하지만 기한에 겨우 맞추거나 어찌저찌 돌아가는 서비스를 만드는 정도였다. 나는 좀 더 좋은 코드를 만들어 보고 싶었다.
  • 사실은 제품에 관심없는 클라이언트
    제품을 발주한 클라이언트들이 정작 서비스 제품에 별로 무관심하다는건 놀라운 사실이다. 기획서를 제대로 읽어보지 않을 뿐더러, 연락두절 상태로 있다가 갑자기 전화를 걸어와서 ‘이 기능을 더 추가했으면 좋겠네요’, ‘이런 기능이 있었나요?‘하는 식이다.
    그들은 놀랄만큼 관심이 없고 일단 만들면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며 이용할 것이라고 착각한다. 의뢰한 사람조차 관심이 없다보니 당연히 ‘이 정도는 그냥 넘어가도 되겠지? 어차피 물어봐도 답변도 안하는데…’ 식의 사고방식이 생기게 된다.
  • 점점 책임감이 떨어진다
    나는 한 제품 납품이 끝나면 다른 작업에 다시 투입되어야 한다. 더 이상 기존에 납품했던 제품에 대해 관심을 지속적으로 가지고 있기가 힘들다. 그렇게 되면 나는 돌아간다는 것에만 만족하고 안도하게 된다. 더 이상 그 서비스 코드 품질을 향상시킨다거나 디버깅, 유지보수, 문서화 같은 작업들을 지속적으로 하기가 어렵다. 핑계라고? 핑계댄다고 욕해도 좋다. 하지만 다른 작업에 계속 투입되어야 하는 에이전시의 특성상, 나의 경우는 피로감이 누적되고 점점 책임감이 떨어져만 갔다.
코드 품질에 신경쓰며 작업해보고 싶다고

3. 회사의 구조적 문제점과 한계점이 눈에 보이기 시작하다.

에이전시라는 것 이외에도 점점 구조적인 문제점과 나에게 맞지 않는 부분들이 눈에 보인다.

우선 Innoboost는 편집디자인, 즉 판촉물을 만드는 회사에서 출발하였다. IT로 사업을 본격적으로 확장시키기 시작한건 2018년 정도다. 그래서 아직 임원진들은 IT에 대한 이해도가 그리 높지도 않고 IT업계의 트렌드나 문화에 대해 잘 모른다고 생각한다.

  • IT업계 트렌드를 잘 모른다
    나는 직원들을 믿어주는 회사가 좋다. 나는 누가 뭐라고 해도 시간 약속을 잘 지키며 Innoboost에 있는 동안 단 한번도 지각을 한 적이 없다. 출퇴근 시간을 유연하게 해준다거나 직급 체계가 있다는 것 같은 특징은 사소한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 특징만으로도 회사가 직원을 신뢰하는지, IT업계 근무 트렌드에 관심이 있는지 등을 파악할 수 있다.
  • 여기에는 절대로 좋은 개발자가 들어올 수 없을 것이라는 암울한 미래
    회사 대표님과 임원진에게는 듣기 미안한 말이지만 이 회사에서 직원 채용공고를 내봤자 실력이 뛰어난 사람이 들어올 수 없다. 지금 이노부스트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좋은 복지와 조건으로 뽑고 있는 곳이 굉장히 많다. 하지만 Innoboost는 명확한 메리트가 부족하다. 유연근무도 아니고 복지도 특별한게 없고 재밌는 서비스를 가지고 있지도 않다.

그래서 나는 이직을 했다.

3년간 다니면서 정말 재밌었고, 힘들었고, 감사한 마음도 많았다. 하지만 나는 다른 경험을 해보고 싶고, 트렌드에 맞는 복지도 궁금하고, 실력도 더더욱 높이고 싶다. 정말 뛰어난 개발자가 되고 싶다.

다른 회사에 가더라도 당연히 구조적 문제점들이 있을 것이고 나랑 맞지 않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러 회사를 다니면서 겪은 경험들이 다 나를 성장시키는 밑거름이 될 것이기 때문에 나는 조금 조심스럽게 하지만 과감하게 다음 발을 내딛으려고 한다.

다음 편에 이력서, 면접, 인터뷰 등에서 겼었던 어려움과 경험 질문들에 대해서 포스팅 해보려고 한다.